나 무
천상병
사람들은 모두 그 나무가 죽은 나무라고 그랬다
그러나 나는 그 나무가 죽은 나무가 아니라고 그랬다
그 밤 나는 꿈을 꾸었다
그리하여 나는 그 꿈속에서 무럭무럭 푸른 하늘에 닿을듯이
가지를 펴며 자라가는 그 나무를 보았다
나는 또 다시 사람들을 모아 그 나무가 죽은 나무는
아니라고 그랬다
그 나무는 죽은 나무가 아니다
밴쿠버에 간 지 얼마 안 되서 청년회 까페에 도훈이가 올린
이 시를 읽게 되었다.
뭔가 울림이 있어 수첩에 적어 놓고는 생각 날 때마다
꺼내어 읽어보고는 했다.
남의 나라 땅에서 거의 알려지지 않은 한국이라는 나라가
얼마나 작고, 약한지,
가까운 나라인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얼마나 힘없는 나라가
우리의 조국인지... 이국 땅에서 바라본 한국은 아무 미래도
희망도 없어보이는 그런 조그마한 땅덩어리에 불과했다.
한국인들이 모이면 희망을 이야기하기 보다는 답답한
경제적 현실을 이야기했다.
그런 깜깜함, 어두움, 빛이 보이지 않는 현실.
다만 현실 뿐 아니라 내 마음 속도 그러했다.
마치 풀한포기 나지 않는 메마른 광야처럼
아무것도 내 마음을 적시지 못했던 그런 시간이었다.
죽은 나무...
나는 죽은 나무였다. 나 뿐 아니라 아마 한국이라는 나라도
나에게는 죽은 나무였을 것이다.
이 시를 읽으면서 나는 꿈꾸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 죽은 나무가 실은 죽은 나무가 아니라고 사람들을
불러모아 이야기하는 시인에게서, 그리고 가지를 펴며
하늘에 닿을 듯이 무럭무럭 자라나는 시인의 꿈에서
나는 나에게도 희망이 있음을, 이 나라에도 희망이 있음을
보게 된 것 같다.
지금보다 더 암울했을지도 모르는 시절을 살면서
그래도 여기에 희망이 있다고 말했던 시인의 마음.
깊은 밤에도 새벽을 꿈꾸었던 수많은 선지들의 마음이
그러하지 않았을까..
그래서 보잘것 없는 꿈일지라도 나는 다시 꿈꾸기를
시작하기로 했고, 또 그래야만 했다.
나는 죽은 나무가 아니다, 우리교회는 죽은 나무가 아니다,
우리나라는 죽은 나무가 아니다.
우리는 죽은 나무가 아니다.
우리는 희망이 있다. 희망이 있다.